안셀무스 vs 가우닐로
심화 · 학부 수업한 논증을 900년 동안 추적하는 차시. 프로슬로기온 2–3장, 가우닐로의 반박, 안셀무스의 답변, 데카르트의 재정식화, 칸트의 파괴, 20세기 양상논리의 부활까지 한 줄로 이어진다. 논리학 훈련과 철학사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는 드문 소재이며, '결론에 동의하면서도 논증을 반박할 수 있다'는 것을 몸으로 익히게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.
논증 재구성
전제에 번호를 붙여 세우고, 실제로 공격받는 전제를 지목합니다. 수업에서 물고 늘어질 지점입니다.
프로슬로기온 2장 — 표준 재구성
- P1. '그보다 더 큰 것이 생각될 수 없는 것'(이하 G)이라는 표현을 알아듣는 사람은 G를 지성 안에 가진다.
- P2. 지성 안에만 있는 것보다, 지성 안에도 있고 실제로도 있는 것이 더 크다.
- P3. 가정: G가 지성 안에만 있다고 하자.
- P4. 그렇다면 G보다 더 큰 것(실제로도 있는 G)을 생각할 수 있다.
- P5. 그런데 G는 '그보다 더 큰 것이 생각될 수 없는 것'이므로 P4는 모순이다.
- C. 따라서 G는 지성 안에만 있지 않고 실제로도 있다.
P2가 표적이다. '있음'이 크기(완전성)를 더하는 속성인가. 칸트의 '존재는 실재적 술어가 아니다'가 정확히 이 전제를 겨눈다. 또 P1의 '지성 안에 가진다'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흐리다.
안셀무스, 프로슬로기온 · 2장
프로슬로기온 3장 — 양상 판본
- P1. 있지 않다고 생각될 수 없는 것은, 있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는 것보다 크다.
- P2. G가 있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다면, G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할 수 있다.
- P3. 그것은 G의 규정에 어긋난다.
- C. G는 있지 않다고 생각될 수조차 없다 — 필연적으로 있다.
3장을 2장의 부연으로 볼 것인가, 독립된 양상 논증으로 볼 것인가. 맬컴(Malcolm, 1960)과 플랜팅가(1974)는 후자로 읽고 양상논리(S5)로 재구성했다. 그 재구성에서는 '가능하다'는 전제의 정당화가 새 쟁점이 된다.
이 구분을 모르면 '칸트가 존재론적 논증을 끝냈다'는 요약에 머물게 된다.
안셀무스, 프로슬로기온 · 3장
잃어버린 섬 — 패러디 논변
- P1. '가장 뛰어난 섬'(I)이라는 표현을 알아듣는 사람은 I를 지성 안에 가진다.
- P2. 지성 안에만 있는 것보다 실제로도 있는 것이 더 뛰어나다.
- P3. 따라서 같은 추론으로 I는 실제로 존재한다.
- C. 그러나 그런 섬은 없다. 그러므로 추론 형식에 결함이 있다.
안셀무스의 답변(Responsio 3): 섬에는 내재적 최대치가 없다 — 더 넓고 더 비옥한 섬을 언제나 생각할 수 있으므로 '가장 뛰어난 섬'은 정합적 개념이 아니다. 이 응답이 성공하려면 G는 정합적이고 I는 아니라는 비대칭이 독립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.
가우닐로, 어리석은 자를 대신하여 · 6절
칸트의 반박
- P1. 실재적 술어는 개념에 새로운 규정을 더한다.
- P2. '있다'는 개념에 아무 규정도 더하지 않는다. 현실의 백 탈러는 가능한 백 탈러보다 한 푼도 더 많지 않다.
- P3. 따라서 '있음'은 개념 분석으로 끌어낼 수 있는 술어가 아니다.
- C. 개념에서 존재를 끌어내는 논증은 성립하지 않는다.
P2의 백 탈러 비유가 '필연적 존재자'에도 적용되는가. 현대 논리학에서 존재는 술어가 아니라 양화사로 다루어지므로 칸트의 직관이 형식적으로 지지받는 면이 있으나, 양상 판본은 이 비판을 우회한다는 반론이 있다.
칸트, 순수이성비판 · A592/B620–A602/B630